최세이

부먹을 갈망하는 찍먹인생

inhyeand 2025. 6. 8. 04:02

한참 굶은 아이를 뷔페에 데려가면

이것저것 다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.

요즘 내 마음이 꼭 그런 것 같다.

 

어릴 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랐고

철이 없었다.

 

그러다 결혼을 했고

네 번의 출산을 했다.

 

어렸고 너무 몰랐기에 가능했던 일들.

그래서 모든 것들을 요령 없이

그대로 다 삼켜냈다.

 

마치 무덤 속 같은,

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터널을

걸어가는 듯한 암울하고 외로운 시간.

 

그 시간을

오직 ‘젊음 하나’로 버텨냈다.

 

그리고 그 대가로

매일 내 젊음은

내 몸에서 뚝뚝 떨어져 나갔다.

 

나는 존재의 위협을 받았고

그때 처음으로 붓을 들었다.

 

캔버스 위에

‘내가 살아 있다는 흔적’을 남기기 시작했다.

 

그 과정을 통해

나는 나에 대해, 내 시간에 대해

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고,

 

그제서야

내 자신에게 한없이 미안해졌다.

 

나는 나를 방치했고,

지켜주지 못했다.

 

이제 나는

나 자신에게

무엇이든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.

 

“괜찮으니까, 다 해봐도 돼.”

그렇게 말해주고 싶다.

 

이 나이에

이것저것 찍먹하는 게

눈치가 보이고,

 

그 어느 것 하나

열매 맺지 못할까 봐

미리부터 수치스럽기도 하지만

 

나는 나를 위해

창피함을 용기 있게 외면하기로 했다.

 

나는

사랑받고,

탐색하고,

도전하고,

실패해도 괜찮은 시간을

잃어버린 채

 

마흔이 되어버린 사람이다.

 

그런 나에게,

누군가의 입에

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먹이고

정작

너무 배고픈 나 자신을 위해

 

지금은

마음껏 찍먹할 시간을

주고 있는 중이다.

 

그러다

언젠가는 내 남은 시간을

다 부어도 좋을,

가장 맛있는 무언가를

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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